[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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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31)

by 브린니 2020. 9. 22.

진짜 교회 31

 

 

느헤미야 형제는 당회를 소집했다. 당회에는 양목사를 비롯한 부목사 5명, 대표 장로 30명, 안수집사 20명이 참석했다. 느헤미야 형제는 당회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이제부터 우리 교회의 주체는 성도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와 일반 성도의 구분이 없이, 그러니까 평신도가 사역의 주체가 되어 섬겨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그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오늘 이 시간부터 우리 모두가 제사장이며 사역자입니다. 베드로에게만 교회를 부탁하신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도들에게 부탁하셨고, 모든 신자들에게 부탁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모인 것은 주께서 세우신 교회가 어떻게 하면 진짜 교회가 될 수 있는가를 의논하기 위해서입니다. 속마음을 거리낌 없이 말씀하시고 오늘 정리된 것을 어떻게 하면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 또 논의하겠습니다. 우선 새 성전 건축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씀나누기를 원합니다. 김영수 목사님께서도 이미 밝히셨듯이…….”

 

“이보세요. 느헤미야 형제님, 이미 건축이 시작되었어요. 지금 와서 중단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만 줄 알아요?”

건축을 총괄하고 있는 민장로가 소리를 높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중단하고, 다른 곳에 예산을 돌리면 이웃을 위해 쓸 수 있습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말했다.

 

“성전 건축은 주님의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 주님의 것을 이웃에게 돌리라는 말씀입니까?”

민장로가 반론을 제기하며 물었다.

 

“어떤 것이 주님을 위한 것이며 어떤 것이 이웃을 위한 것입니까? 우리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나누고, 하나님이 사랑이 우선이고, 이웃 사랑은 그 다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잘 아는 강도만난 자를 생각해 봅시다. 제사를 드려야 한다고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돌보지 않는 제사장과 레위인이 주님을 위한 일을 했다고 칭찬받아야 합니까? 율법은 네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완성됩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역시 우리가 이웃을 사랑할 때 완성될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을 위한다고 큰 성전을 짓는 것보다 차라리 그것으로 이웃을 돕는 것을 주님께서 더 기뻐하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아니, 성전 건축보다 더 기뻐하시는 일이 어디 있답니까?”

“네, 주님은 이미 우리 교회가 두 번이나 건축하는 것을 기뻐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도 기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민장로가 소리를 높였다.

 

“민 장로님 진정하시고, 그럼 형제님께서 생각하시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양목사가 나서서 중재했다.

 

“우선, 김영수 목사님께서 저와 나눈 말씀을 전해드리면 첫째로 성전 부지를 매각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그곳에 복합 쉼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공원을 조성하고, 카페와 도서관, 여러 가지 복지시설, 아동센터나 요양원, 노숙자 쉼터, 미혼모와 자녀들을 위한 시설 등을 한곳에 조성하는 것입니다.”

 

“그 부지는 공원을 조성하기엔 부족합니다.”

건축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 집사가 끼어들었다.

 

“크지 않은 공원을 조성하고 복합시설을 수용하는 건물을 짓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건축 비용으로 쓰려고 모아둔 자금으로 주위의 땅을 좀 더 매입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이 방법이 아니면…….”

 

“아니, 우리 교회에 전혀 유익이 없는데 꼭 그런 것을 만들어야 합니까. 예배 볼 장소가 모자라서 난린데.”

민장로가 다시 투덜거렸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회는 최대 5,000명이 한 번에 예배드릴 수 있을 만큼 큰 성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성도 수가 3만이 훨씬 넘지만 성도들이 흩어져 작은 교회를 섬긴다면 성전 규모는 더 이상 문제가 안 됩니다.”

 

“아니, 교회에 나오는 성도들을 어떻게 다른 교회로 가라고 내쫓을 수 있습니까?”

진장로가 소리쳤다.

 

“내쫓는 것이 아닙니다. 선교사로 파송하는 것입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대답했다.

 

“말이 좋아 파송이지 나가라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안장로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자, 자. 그 얘기는 조금 있다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입니다. 새 성전 문제부터 마무리를 짓는 게 좋겠습니다.”

양목사가 다시 중재에 나섰다.

 

“새 성전으로 옮기고, 옛 성전을 매각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워낙 덩치가 큰 건물이라 쉽게 매각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교회 건물은 앞으로도 교회로 사용한다면 모를까 일반 기업체에서는 리모델링하는 데 많은 돈이 들 것입니다. 아니면 건물 전체를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합니다. 요즘처럼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데 우리 교회 건물을 살 만한 기업이나 단체를 구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성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 성전 부지는 이웃을 섬기는 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원을 조성하고 복지센터 같은 것을 지어 기증하는 것도 역사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황 집사가 형제를 거들었다.

 

“이봐요, 황집사. 우리가 성전 건축을 위해 얼마나 많이 기도했는 줄 알아요? 또 성도들이 헌금을 분에 넘칠 만큼 했어요. 이제 와서 그걸 기부하자니 그동안 애쓴 것은 다 아무 소용없단 말입니까? 교회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원.”

민장로가 황집사에게 면박을 주었다.

 

“우리가 이웃을 섬기는 것을 가장 기뻐하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기증을 하든, 우리가 운영을 하든, 이웃을 섬길 수 있다면 그것은 매우 아름다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교회가 이웃에게 선을 베풀고 덕을 세우는 일에 넘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의 어려움이 닥친 것이 아닙니까?”

느헤미야 형제가 말했다.

 

“솔직히 우리 교회는 칭찬을 받았으면 받았지 욕먹고 살지 않았습니다. 목사님 말씀 좋지, 이웃도 적극적으로 돕지, 우리가 구제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아세요?”

서장로가 말했다.

 

“네, 잘 압니다. 김영수 목사님과 우리 교회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이웃을 섬겼는지 세상 사람들도 잘 알 것입니다. 우리가 잘 섬기지 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는 하나입니다. 한국 교회 전체가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는 현실 속에서 우리 교회만 잘 해왔다고 자부하며 더 이상 더 많은 것으로 섬기려고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여전히 교회를 배부른 돼지로 생각할 것입니다.”

 

“성전을 크게 지으면 우리가 배부른 돼지가 된다는 말씀이에요?”

민장로가 자리에서 반쯤 일어서며 소리질렀다.

 

“자, 자. 따지지 말고 일단 다 들어보고 의논해봅시다. 그럼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죠.”

양목사가 다시 나섰다.

 

“새 성전 문제가 복지센터 조성으로 방향이 바뀌고, 현재 성전에서 예배드릴 만큼만 남고 많은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선교사로 파송된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교회 개혁은 없을 것입니다.”

황집사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요, 황집사. 자기 교회 아니라고 말을 너무 심하게 하시네.”

최장로가 외쳤다.

 

“네? 왜 이 교회가 내 교회가 아닙니까? 그럼 장로님 교회입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현집사가 최장로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현집사는 OO교회 터줏대감 중 한 사람이었다.

 

“누가 현 집사님 보고 그럽니까? 이제 갓 온 사람이 콩내라 팥내라 하니까 하는 말이지.”

최장로가 대꾸했다.

 

“누구의 교회도 아니고, 그리스도의 교회입니다. 자중들 하세요.”

오장로가 한 마디 했다. 오, 장로는 재정 담당이었다. 정직하고 청렴결백하기로 소문난 공직자 출신이었다.

 

“형제님, 저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그동안 믿고 따라왔던 바와 너무 달라서 이래도 되는 것인가, 자꾸 의문이 생겨서 말입니다.”

오장로가 느헤미야 형제를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장로님, 저도 무어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잘 아시는 OO교회 OOO목사님께서도 소천하시기 전에 교회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 교회에 새로운 능력이 부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그것은 사회가 정의롭게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이 땅에 공의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정치, 경제적인 정의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종교, 문화 전반에서 공의와 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장 좋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성세대를 불신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세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의롭지 않고, 공의가 상실된 세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세대가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비난하면서도 우리 세대와 같이 잘못된 가치관에 물들어가고 있으며, 점점 더 이기적이며, 정의와 공의를 무시하는 세대로 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교회와 목회자를 불신합니다. 우리가 말은 그럴싸하게 하고 그 말을 지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세대는 우리가 교회를 크게 짓고 그곳에서 우리끼리 천국에 사는 양 하는 모습을 역겨워하며 교회를 멀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다시 교회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세상을 섬기고, 또 섬기고, 섬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사랑과 섬김이 외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섬기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된다면 그들은 교회를 찾게 될 것입니다.”

 

“아니, 그게 하나님이 뜻이냐고요? 오히려 사람 눈치 보는 것 아닙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해주자는 것 아니에요.”

최장로가 나섰다.

 

“우리가 주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이웃사랑뿐입니다. 우리가 예배하고 기도하고 전도하는 것 사실 다 우리 자신을 위해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영적인 것들을 행하면 천국에서 상급으로 돌려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서 인간을 위해 행하신 것처럼 우리도 가 그리스도처럼 살면서 그리스도가 인간을 사랑하신 것 같이 서로 사랑하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것 자체가 그리스도가 우리 속에 살아계시는 것이며 우리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을 수행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구약시대처럼 제사하는 일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제사는 이미 그리스도의 단 한 번의 제사로 족합니다. 예배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잊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겠다는 의미로 드리는 것입니다. 예배에 목숨을 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진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사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형제님 말씀은 우리가 세상에 잘 보여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단 말입니다.”

최장로가 소리쳤다.

 

“저는 지금 우리 교회는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고 봅니다. 이 시대는 모이기를 그치고 흩어져야 합니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대규모로 모여서 집회하지 말고, 전국으로 흩어져 소규모 집회를 열어야 합니다.

 

더 이상 중앙(센터)으로 모여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조직이 생기고 그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일꾼이 필요합니다. 사회복지단체가 커지면 커질수록 실제 구제에 쓰는 돈 보다 그 단체 유지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운영비가 더 많이 든다는 것 아십니까.

 

마찬가지입니다. 대형교회가 되면 될수록 이웃사랑을 위해 힘을 모으지 않고, 교회 조직을 운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우리는 흩어져 지역을 섬겨야 합니다.

 

이제는 정말 실제적으로 복음을 전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큰 교회를 허물고, 작은 교회로 거듭나고, 큰 교회가 쌓아놓은 많은 재산이 가난한 자들에게 베풀어질 때 세상은 우리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교회 안에서만 만끽하지 말고, 세상을 향해 풍성하게 흘러 보낼 때 세상이 우리에게 관심을 돌릴 것입니다.

 

이 시대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흘러넘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큰 교회를 많이 세웠지만 그리스도의 사랑이 이웃에게 넘치게 하는 데 소홀했습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양떼를 많이 모았지만 그들을 풍성히 먹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양들이 세상에 나가 세상 사람들의 먹이가 되도록 만들지 못했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서 결실을 맺듯이 교회로부터 잘 양육된 양들은 세상에 나가 세상 사람들을 위해 죽어서 풍성한 양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 모두 다 나눠주고 우린 어쩌란 말입니까?”

민장로가 소리질렀다.

 

“장로님, 나눠 줄수록 풍성해지는 것이 성경의 원리 아닙니까. 물에 던진 떡덩이, 즉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이 주님의 축복으로 돌아온다는 말씀도 모르십니까? 우리가 이웃에게 구제하는 것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어본 적도 없으신가요?”

느헤미야 형제가 맞받았다.

 

“자, 자, 형제님 말씀은 김영수 목사님도 떠나실 때 이미 부탁하신 것이고, 우리가 이웃을 정말 잘 섬겨야 하는 것은 맞는 것 아닙니까. 정말 성전 짓는 것을 어찌할지 이제 결론을 내야 하지 않을까요?”

양목사가 다시 나섰다.

 

“저는 새 성전 건축을 중지하고, 이웃을 섬기는 데 물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전 건축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황집사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현집사가 거들었다.

 

“저도 그게 나은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권장로도 동의했다. 곧 집사 세 명도 새 성전을 짓는 대신 다른 사업을 고려하자고 말했다.

 

“제직회에 상정해봅시다. 우리끼리 결정하지 말고.”

민장로가 말했다.

 

“대략 개요는 만들어서 나가야지요. 저도 새 성전 짓는 것보다는…….”

“아니, 당신은 예전부터 돈 많이 든다고 반대해왔잖소.”

오장로가 말을 마치기 전에 서장로가 불만을 터뜨렸다.

 

“저는 재정을 맡고 있는 터라 고려해야 할 점들을 말씀 드린 것뿐입니다. 저는 성전 건축을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새로운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도 좋을 듯합니다.”

오장로가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게 그 말 아닙니까. 애초부터…….”

서장로가 투덜거렸다.

 

“그럼 어쩔 수 없이 표결에 부칩시다.”

민장로가 말했다.

 

“아닙니다. 좀 더 의견을 나누시죠. 사실 두 번째 방안도 있습니다. 성전 부지가 매각된다는 전제하에 구제를 위한 재단을 설립해서 적극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입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말했다.

 

“굿네이버스나 월드비전을 비롯해서 재단이 얼마나 많습니까? 굳이 재단을 또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오장로가 말했다.

 

“네, 그래서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일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어려운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최소한 우리 교회가 있는 지역의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최장로가 물었다.

 

“물론 모든 것을 돈으로 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가 성전 건축이나 교회 운영에 돈을 썼다면 이제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 가운데 먹고 마시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영적으로 뿐만이 아니라 육적으로도 이웃을 배불리 먹이는 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말린다고 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걸 다 할 수 있습니까?”

최장로가 한 마디 더 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할 뿐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율법을 다 지켰다고 자부하는 청년에게 주님은 재산을 팔아 가난한 자를 도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길입니다.”

 

“우리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자를 도와야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말씀입니까?”

서장로가 따지듯이 물었다.

 

“아닙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삶을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우리가 성실하게 살면서 낸 십일조나 헌금을 성전건축이나 교회운영에 쓸 게 아니라 그것으로 이웃을 돕는 것이 주님의 뜻에 더 합당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성전건축이 이웃을 돕는 것보다 못하다는 말입니까?”

민장로가 대들듯이 말했다.

 

“지금은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큰 성전을 세웠습니다. 굳이 건축에 재정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말만 많고 실제로 되는 일도 없는데 어서 표결하고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길장로가 말했다.

 

“우리는 당장 무엇을 결정하려고 모인 것은 아닙니다. 새 성전 건축 문제를 깊이 재고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여러 차례 모여야 할 것입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말했다.

 

“아니, 이미 하나님이 허락하신 일인데 이제 와서 왜 또 다시 뒤집어엎으려고 하는 겁니까? 오, 주여 우리 믿음이 이것밖에 안 됩니다.”

민 장로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매사에 돈 많이 든다고 걱정들 하더니만. 에이.”

민장로는 바람을 일으키며 회의실 나갔다.

 

양목사가 그를 달래려고 서둘러 뒤따라 나갔다. 다른 장로들도 주섬주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자기 사위 네 회사에서 더 이상 공사를 못하게 되니 저러는 거 아니야.”

회의 시간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던 변장로가 소리를 낮춰 구시렁댔다.

 

모두들 밖으로 빠져나가고 느헤미야 형제는 오 장로만 둘만 남았다. 그는 오장로에게 지금 한국 교회는 경제적인 문제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너무 부유하게 지내왔기에 언제까지나 하나님이 축복하셔서 교회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임박한 진노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판은 영적으로 먼저 시작되지만 가시적인 기근이 왔을 때에 알아차리는 법이다.

 

“오 장로님, 부지 매각을 추진하는 동시에 공원과 복지시설 등을 조성하는데 얼마나 들지 예산을 편성해보시기 바랍니다. 그쪽에 관련이 있는 여러분들과 만나서 의견을 모아 보십시오. 구제를 위한 재단을 설립하는 것도 부탁드립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말했다.

 

“네, 그러겠습니다.”

오장로가 미소를 띠고 회의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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