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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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30)

by 브린니 2020. 9. 20.

진짜 교회 30

 

 

교회에서 기사가 딸린 차를 내주었지만 느헤미야 형제는 직접 운전을 해서 교회로 왔다. 부교역자들과 첫 미팅이 잡혀 있었다. 목회자들이 쉬는 월요일이지만 목요일에 쉬기로 하고 부임 첫날부터 회의를 소집한 것이다.

 

느헤미야 형제는 두 가지 원칙에서 교회를 개혁하고자 했다. 한 가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교회를 개혁하는 것이고,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교회를 다시 세우는 것이었다.

 

후자는 지금 상태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에서 문제가 되는 요소들을 척결하고, 점점 더 새로운 교회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은 주님의 뜻에 맞는 새로운 교회를 세우는 것이지 현재의 교회를 다소 개선하는 데 있지 않았다.

 

어쨌든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목회자가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현재의 교회 구조는 거의 100% 목회자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느헤미야 형제가 꿈꾸는 교회가 목회자에게 의존하지 않는, 전문 목회자가 아예 필요 없는 모두가 성도인 교회, 평일에는 모두 함께 땀 흘려 일하고, 주일에는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는 교회, 그리고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어느 곳에 있든 그리스도로 살면서 그리스도의 생명과 사랑을 함께 나누는 교회, 그런 교회가 되는 것이었다.

 

주께 온전히 돌아온 뒤 느헤미야 형제는 오직 십자가만을 떠올리며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깊이 젖어 들어갔다. 그는 두 번 회심했고, 두 번 세상으로 떠났다. 그러나 주님은 그를 기다리셨다. 주는 언제나 그를 사랑했고, 그를 참아주셨다. 이제 돌아와 주의 일을 하고 있지만 형제는 자신이 주님을 두 번이나 떠났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모든 죄를 용서받았지만 주를 다시 만날 때까지 흠 없이 살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는 자신이 그리스도의 신부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거룩한 부담감을 느꼈다. 그의 육체의 모든 행위가 의롭지는 않을지라도 그의 생각과 마음은 그리스도께 향했다. 주께서는 그가 주를 떠나 있을 때나 함께 있을 때나 늘 그를 거룩하다고 말씀하신다. 주는 언제나 그를 사랑하시고 신부로 받아들이셨다. 십자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주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용납하신다는 증거였다.

 

“데살로니가 4장 3절입니다. 함께 읽겠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 곧 음란을 버리고…… 이 말씀에 찔림이 있으신 분 지금 말씀하십시오.”

 

회의실은 고요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는 주께 부르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주께서 부르신 것은 우리를 거룩하게 하심입니다. 주께서 강림하시는 그 날까지 우리는 흠 없는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천국의 혼례를 소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께서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음란을 버리고, 거룩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자,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이 말씀에 거리낌이 있으신 분은 고백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자, 그럼 말씀드린 대로 사용하고 계신 노트북이나 테블릿 PC를 책상 위로 올려주십시오.”

이미 책상 위에는 테블릿 PC가 여러 대 올려져 있었다.

 

“이전도사님 좀 도와주실래요?”

느헤미야 형제는 USB를 교역자들 수대로 나눠주었다. 이전도사는 켜놓은 테블릿 PC부터 USB를 꽂았다. 곧장 프로그램이 자동 실행되었다.

 

“아시겠지만 이 USB에 담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노트북이나 테블릿 PC를 깨끗하게 정리해 줄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유해한 사이트와 영상들을 차단하고 삭제할 것입니다. 이 USB를 사무실과 집에 있는 다른 PC에도 연결해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의 PC가 정리될 뿐 아니라 앞으로 여러분이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들을 최대한 막아 줄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작동되면 앞으로 여러분의 PC와 스마트폰 등이 교회 PC와 자동 연결되어 여러분이 기기들을 정결하게 사용하는지 그렇지 못한지 교회에 보고될 것입니다. 이미 권 장로님께 윤리위원회를 조직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건 인권 침해 아닙니까?”

주목사가 외쳤다.

 

“네, 맞습니다. 인권 침해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혀의 말을 다 아시며, 우리의 모든 행위를 굽어보십니다. 그리스도가 보고 계시다는 것을 인정하신다면 여러분의 모든 삶을 교회와 성도들이, 아니 온 세상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십시오.”

느헤미야 형제도 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이것은 좀 심한 처사 같습니다.”

장목사도 거들고 나섰다.

 

“네, 심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옳다고 봅니다. 목회자들의 탈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비난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봅니다. 여러분은 교회에서 지급한 노트북이나 테블릿 PC,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성도들의 헌금으로 산 것입니다. 교회와 성도들은 목회자가 교회에서 지급한 물품을 주를 위해 거룩하게 사용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권리와 책임이 있습니다.”

 

“그게 싫으면 나가라는 말씀입니까?”

주목사가 다시 나섰다.

 

“그것은 목사님께서 판단하십시오.”

느헤미야 형제도 단호하게 말했다.

 

“형제님, 꼭 이렇게까지 할 것은…….”

수석 부목사인 양목사가 말끝을 흐렸다.

 

“목사님, 제가 이 교회에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런 문제들을 개혁하기 위함입니다. 김영수 목사님의 뜻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거룩하신 주님의 뜻입니다. 우리가 거룩하지 않고서 주님의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 모두 잘 아실 것입니다.”

 

“개혁을 한다는 명목으로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는 말씀이십니까?”

정목사가 나섰다.

 

“범죄자나 동성애자들도 사생활 보장과 인권을 주장합니다. 물론 그분들의 인권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오직 성경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성경에 쓰인 말씀대로 살지 않는다면 성경이 우리에게 주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몇몇이 헛기침을 하고, 자기가 정식 담임목사도 아니면서 이런 일을 마구 시행해도 되느냐는 식의 구시렁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

 

“자, 아직도 다른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여러분 가운데 실제로 음행하거나 침실이 거듭나지 못한 분들 계십니까? 만약 그런 분들이 계시면 회개하십시오. 적어도 한 달 안에 여러분의 결혼생활이 거룩해지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종이 아닙니다. 한 달 동안 자기 삶을 돌아보고 주께 온전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반드시 청산하십시오. 아니면 사역을 내려놓으십시오. 우리는 주의 거룩한 신부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사십시오. 다른 길은 없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마련해준 모든 물품들을 반납하겠습니다.”

표전도사가 몇 가지 기기들을 책상 위에 올리더니 느헤미야 형제 쪽으로 밀었다.

 

“좋습니다. 아직 여러분이 삶은 그리스도의 신부로, 사역은 그리스도의 종으로, 이런 식으로 구분하신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그러나 개인 돈으로 기기들을 다시 구입하신다 해도 반드시 교회에 보고하고 USB를 받아가서 프로그램을 설치하십시오. 어떤 기기를 사용하시든 상관없이 우리 교회 목회자분들은 이 시스템을 적용받게 될 것입니다.”

 

“아예 사직서를 쓰라고 하시지요.”

정목사가 소리쳤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다만 이 모든 것을 여러분이 그리스도 앞에서 행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아니,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십시오.”

 

“말끝마다 그리스도, 그리스도…….”

오목사가 구시렁댔다.

 

“여러분이 설교 때 잘도 인용하는 코람데오를 여러분 자신에게 먼저 적용하십시오. 멀티매체에 대한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명성 있는 목사님들을 모시고 있는 교회에서도 널리 시행하고 있다는 점만 알아두십시오. 이를 문제 삼아 스스로 명예를 실추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저와 여러분은 그저 구원받은 자들이 아닙니다. 주님 앞에서 거룩하게 살겠노라고 맹세한 자들입니다. 여러분이 이를 두고 인권침해니 뭐니 하시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이를 거룩을 위한 조치라고 명명하겠습니다. 우리가 온전히 거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한 일도 할 것입니다.”

 

모두들 입을 닫고 느헤미야 형제의 시선을 피했다. 그들의 마음에는 각기 다른 마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리스도의 마음 외에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그들을 더 이상 목회자로 부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사안으로 넘어가기로 합시다. 혹시 우리 교회를 떠나 작은 교회를 섬기실 뜻이 있으신 목사님이나 전도사님 계십니까?”

 

모두들 아무런 말도 없고,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느헤미야 형제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수석 부목사인 양목사를 향해 말했다.

 

“양 목사님, 이 교회 오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20년 가량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김영수 목사님을 모셨습니다.”

“네,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모셨어야 하지 않을까요?”

 

“네?”

“어쨌든 이제 목사님도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셔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목사님, 김영수 목사님께서는 이제 우리 교회로 돌아오지 않으십니다. 목회 마지막 3년을 작고 낮은 곳에서 사역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양 목사님께도 주님이 그것을 원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더러 이 나이에 개척을 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대놓고 나가라는 것이구먼, 하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개척을 하지 않으셔도 좋지만 안락한 곳을 떠나 광야와 같은 곳에서 사역하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네, 저도 총회에 참석하고 세미나를 들으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시다시피 별로 설교도 못하고, 교회를 운영할 만한 능력도 없습니다. 아마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벌써 단독 목회를 나갔겠지요. 그런데 도저히…….”

양목사가 자기 연민에 젖어 읊었다.

 

“주님은 목사님의 달란트를 보고 부르신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역시 목사님께서 무엇을 잘할 수 있기에 단독 목회를 해보시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대형교회가 흩어져 작은 교회를 섬기는 일에 선교사로 파송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신가 여쭙는 것입니다.”

 

“이보세요, 형제님. 차라리 대놓고 사표 쓰고 나가라고 하세요.”

정목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교회에 충성한 것이 이 나이에 섬으로 쫓겨나가기 위해서였답니까?”

장목사도 거들었다.

 

“목사님, 아무도 목사님을 쫓아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닙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하는 말 아닙니까.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라면서 형제님은 왜 자꾸 이런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정 목사가 다시 말했다.

 

“대형교회가 흩어져 작은 교회를 섬기는 것이 그리스도의 뜻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으나 시대적 소명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1세대 목사님들이 교회를 세웠다면 우리는 크게 세워진 교회에서 흩어져 작은 지역교회를 일구고 다시 키워야 합니다. 대형교회가 작은 교회로 나뉘고 흩어져 각 지역마다 교회들이 되살아나야 합니다. 아마 그것이 제2, 제3세대 목회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 뜻은 저희들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건 거의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목회자가 없는 시골 교회로 간다면 모를까…… 지역교회엔 다들 목회자가 있어요. 성도라면 모를까 우리 목회자들이 작은 교회로 가서 어떻게 섬깁니까? 솔직히 우리 교회만하니까 부목사들이 이렇게 많이 목회할 수 있지 어디 작은 교회에 목사를 둘씩이나 두나요? 지역교회를 만들자는 것은 말이 쉽지 어디 그게 되겠습니까?”

윤목사가 입을 열었다.

 

“목회자들이 연합하지 못하면서 성도들더러 연합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디를 가더라도 현재 우리 교회에서 받는 급여를 받게 될 것입니다. 개척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여러분의 가족과 자녀들의 학업 등을 전적으로 책임질 것입니다. 여러분이 원하신다면 처음 임지로 나가실 때 백여 명의 성도들도 함께 갈 것입니다. 여러분이 해외나 도서지역에 목회자 없는 곳에 선교사로 가시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교회에 계실 때와 전혀 다를 바 없이 신분을 보장받으실 것입니다. 다만 여기 이렇게 모여 계시지 말고 흩어져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십시오. 그리고 많은 영혼들을 새롭게 만나 그들을 구원의 자리로 인도하십시오. 작은 교회를 두 배로 키우십시오. 굳이 우리 교회에 이렇게 많은 목회자들이 모여 계실 필요가 있을까요?”

 

“그럼 저더러 어디로 가라는 것입니까?”

양 목사가 물었다.

 

“정 어려우시다면 김영수 목사님과 같은 교회로 가셔서 그분을 돕다가 그분이 은퇴하시면 교회를 섬기셔도 좋습니다. 크게 부담이 되지 않으실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양목사가 김영수 목사와 같이 간다면 어디든 가겠노라는 식의 의지를 밝혔다.

 

“감사합니다. 자, 그럼 한 달 동안 다른 목회자분들도 파송지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작은 교회로 파송될 경우 약 3년간 그곳에서 섬기시고 원하시면 다른 곳으로 옮기실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본교회로 복귀하실 수도 있습니다. 전적으로 여러분의 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단지 이 교회를 떠나지 않는 것만은 저희들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뿐이지요.”

정목사가 한껏 비꼬는 투로 말했다.

 

“아니, 정말 이렇게 형제님 마음대로 밀어붙여도 되는 겁니까?”

주목사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혀를 찼다.

 

“우리가 이 교회에서 목회하려고…… 얼마나…… 그런데…… 이제 와서…… 어떻게…… 나, 참…… 답답해서.”

장목사는 OO교회를 좋은 직장으로 생각하고 들어왔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그런데 형제님은 왜 사례는 받지 않는 겁니까? 우리들도 그렇게 하라는 겁니까? 아니면 기죽이려고 그러는 겁니까?”

오목사가 갑자기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저는 현재 출판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이 교회를 섬기게 되었고요. 저는 현대 목회자들은 따로 직업을 갖고 주일에 교회를 섬겨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생업을 위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전임 사역자로만 섬긴다면 저도 교회에서 적당한 사례를 받을 수도 있겠지요.”

 

“적당한 사례요? 마치 우리가 지나친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오목사가 반박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나라 목회자들의 평균보다 더 많은 사례를 받고 계시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저희들은 훨씬 더 많은 양들을 먹이고 있어요.”

주목사가 거들었다.

 

“양은 선한 목자이신 그리스도가 먹이십니다. 그리고 양떼가 많다고 그 목자가 삯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법은 성경 어디에도 없습니다.”

 

“정말 우리를 삯군 목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오 목사가 핏대를 세웠다.

 

“그래서 삯군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이며 종이라는 걸 증명하실 기회를 드리려는 것입니다.”

 

“나, 참. 우리가 증명하지 않아도 주께서 우리의 수고를 다 아십니다.”

주 목사가 말했다.

 

“어디 성경에 큰 교회 목회자들은 자청해서 작은 교회를 섬기기 위해 떠나라고 말씀하셨나요?”

장목사가 따지듯 물었다.

 

“바울이 터를 닦으면 다른 이가 세운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터를 닦은 곳에서, 그것도 다 세워진, 아주 큰 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그 열매까지 다 따먹고 이제 흉년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터를 닦는 일부터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다른 이가 닦아 놓은 터 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형제님, 저는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는데요.”

막내 민목사가 말하자 목회자들 모두 크게 웃었다.

 

“네, 목사님은 여기서 더 훈련받으세요. 3년 뒤쯤 생각해보세요.”

느헤미야 형제가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모두 다 떠나야 합니까?”

양목사가 물었다.

 

“순차적으로 몇 년이 걸릴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3년 이상 되신 목회자들은 스스로 파송되는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뭐, 우리 같은 부교역자가 힘이 있나요. 교회에서 안 써주면 떠나는 거지, 뭐.”

주목사가 자포자기식으로 말했다.

 

“형제님, 오늘은 이만 하면 된 것 같습니다. 우리 교역자들끼리 좀 더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지겠습니다. 혹시 대화 중 언짢았던 점이 있더라도 양해하십시오. 저희들도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모여 의논하면 어떻겠습니까.”

양목사가 말했다.

 

“네, 내일은 임시당회가 열릴 것입니다. 혹시 개별 면담이 필요하신 분, 계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당분간은 교역자 회의를 자주 열겠습니다. 바쁘시더라도 꼭 참석해주세요.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느헤미야 형제는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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