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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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장편소설 연재] 진짜 교회 (4)

by 브린니 2020. 7. 29.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진짜 교회의 모습은 어떠할까 상상하면서 장편소설 진짜 교회를 연재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가 원하시는 교회의 모습을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시길 빕니다.

 

 

 

진짜 교회

 

 

주일 아침 일찍 느헤미야 부부는 강단에서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김영수 목사는 설교를 시작했다. 그들 부부와 나눈 이야기들이 주 내용이었다. 이 시대에 무너진 가정과 상처로 얼룩진 결혼 생활이 회복되기를 애통하는 마음으로 외쳤다.

 

느헤미야 형제 부부와 김영수 목사 부부는 첫째 며느리가 차린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서재로 건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사님 부부는 친밀하신가요?”

에스더 자매가 물었다.

 

“다행히 좋은 편입니다. 내 생각인가?”

김영수 목사가 아내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목사의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김 목사는 다른 쪽으로 이야기를 방향을 돌렸다.

 

“오늘 제 설교는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네,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은혜 받았습니다.”

목사는 형제의 말이 약간 형식적으로 들렸다. 으레 은혜 받았다는 인사를 자주 듣곤 했기에 상대의 말이 진정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목사는 짐짓 웃으며 대꾸했다.

 

“형제님과 대화하면서 이번만큼은 좀 진심이 아닌 듯 들리는데요.”

“죄송합니다. 그러나 설교는 제가 판단할 것이 못됩니다. 하나님께서 기쁘게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제 설교가 성도들에게 은혜를 끼친다는 평을 자주 듣습니다만 정말 하나님께서도 그러실지…….”

“목사님이 하나님께서 어떻게 보실지 고민하신다는 것이 은혜입니다.”

 

“아, 그런가요? 정말이지 고민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고민하는 목회자가 지금 이 시대에 얼마나 될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성도들이 은혜를 받았는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겠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분 말씀 나누세요. 저희들은 목회 말고 여자들끼리 하는 얘기 좀 나누고 올게요.”

김 목사의 아내는 에스더 자매와 함께 자리를 떴다. 여자들끼리 남편 흉을 보며 맞장구를 칠 모양이었다.

 

“저도 하나님이 저를 어떤 눈으로 보실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두렵고 떨릴 뿐입니다. 저 역시 인간적인 관점으로 인간을 볼 뿐입니다. 그저 외양만 봅니다.”

느헤미야 형제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우리 교회에서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성전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새로 짓는 성전은 더 훌륭하겠지요.”

“자랑할 것이 그런 것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 최근 들어 제가 이때껏 쌓아올린 목회 업적이 과연 온전한가, 되돌아보게 됩니다.”

“목사님, 한 사람의 목회자가 어떤 업적을 쌓아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제 업적처럼 말했군요.”

“주님이 맡기신 일을 했을 뿐이고, 그저 우리는 주 앞에 무익한 종일뿐이지 않겠습니까?”

 

김영수 목사는 가슴이 턱 막혔다. 사실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기분이 살짝 나빠지는 듯 했다. 누군가로부터 진리를 들었을 때 불쾌해지는 것이 교만이라고 오스왈드 챔버스가 말했던가. 김 목사는 화제를 돌렸다.

 

“아, 교회에서 더 보신 것은 없습니까?”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도 눈에 띄었습니다. 성가대와 오케스트라도 보지 않으려고 해도 눈에 띌 만큼 화려했습니다. 성가대 운영비가 꽤 많이 들 것 같았습니다.”

“네. 7부 예배 성가대까지 있으니까요.”

“지휘자와 반주자, 수석 독창자나 수석 연주자 들은 사례를 조금씩 받고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목사님, 왜 그들에게 사례를 주십니까?”

“성경적 근거를 물으신 것 같은데 글쎄요…… 다윗도 성가대를 세웠으니까 많은 경비가 들지 않았을까요?”

“목사님 교회 성가대를 맡은 분들은 대부분 직업이 있지 않습니까. 거기서 돈을 벌고 있고요. 아삽의 무리들은 하루 종일 찬양했지만 그들은 레위 족속이었고, 다른 직업이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다들 관행으로 사례를 해서 말입니다.”

“하나님의 집을 장사치들의 소굴로 만들었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요?”

 

“그것은 좀 심한 비유 같은데요.”

“그런가요. 그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웃돈을 받고 희생제물을 팔고 폭리를 취했기 때문에 큰 죄를 범한 것이고, 우리는 아름다운 성가대를 위해서 능력 있는 지휘자와 반주자, 독창자, 연주자들에게 약간의 사례할 뿐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들도 제사를 잘 드리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다가 상처를 입은 동물들을 깨끗한 짐승으로 바꿔주려고 장사를 조금 했을 뿐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는 모두 하나님께 제사하고,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음대 교수가 지휘하고, 독창자들의 수준이 여느 오페라 무대보다 뛰어나고, 교회 성가대와 오케스트라가 시립악단이나 합창단보다 더 연주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요? 더욱이 그들이 하나님과 교회에 헌신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드리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실력을 자랑한다면 과연 그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다울까요?”

 

“그건 아무래도 좀 심한 것 같은…….”

김영수 목사는 말을 다 끝 맸지 못했다. 지금까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지 못했다. 교단 연합으로 열리는 성가경연대회에서 늘 우승을 독차지해왔고, 최근에는 경연대회가 아니라 찬양제로 바뀌었지만 언제나 가장 은혜로운 성가대라는 칭찬을 받아온 터라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성가대에 음악적 재능이 풍부한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겨 왔었다.

 

“예수님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찬양할 수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재능을 주셨다면 그 자체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만약 사례를 받는다면 그들은 이미 상을 받은 것이지요.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는 아무런 상급이 없을 것입니다. 그분들은 어느 교회 성가대를 섬겼노라고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섬김을 받았고, 이미 받을 상을 다 받았으니까요.”

느헤미야 형제가 김영수 목사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제가 그들의 상급을 가로막는 셈이군요.”

김 목사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내릴 상을 목사님이 대신 주는 것이 때문에 하나님이 하실 일을 가로채서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목사님이 하나님 노릇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네?”

김목사는 기가 막혔다. 자신이 하나님 노릇을 하고 있다니. 화가 솟구쳤다. 어떻게 말을 해도 이렇게 할 수 있는가. 그러나 분을 내거나 소리칠 수 없었다.

 

“제 말이 심했다면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목사님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목사님은 그들의 상을 가로막고, 하나님이 하실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영수 목사는 분을 끌어내리느라고 형제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을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후 목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당장 그들에게 사례하는 것을 중지하십시오.”

“당회에서 장로들과 상의해보겠습니다.”

김영수 목사는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하더니 곧 고개를 들고 다시 물었다.

 

“또 무엇을 보셨습니까?”

느헤미야 형제가 김 목사를 빤히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인터폰이 올렸다. 아내가 장로들과 회의할 시간이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느헤미야 형제에게 저녁 집회에도 참석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느헤미야 형제는 오늘 저녁 예배는 어느 분이 설교하시느냐고 물었다.

 

“서 목사님 차례입니다. 저도 존경하는 분입니다.”

“목사님, 죄송하지만 저와 근처에 있는 가까운 교회로 저녁 예배드리러 가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목사님 최근에는 설교를 맡으셨을 때 말고 다른 교회에서 예배드리신 적 없으시죠?”

“최근이 뭡니까? 교단 모임 말고는 다른 교회에서 예배드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목회 시작하고 몇 번이나 됐을까……”

“저와 같이 가시겠습니까?”

“뭐, 좀 갑작스럽긴 하지만 좋습니다. 가까운 교회로 가보죠.”

 

김 목사는 느헤미야 형제를 교회 카페로 안내한 뒤 장로들을 만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갔다. 에스더 자매는 김 목사의 아내와 헤어져 느헤미야 형제를 기다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김 목사의 아내가 선물한 어느 선교사의 간증집이었다.

 

“김 목사님과 이야기는 즐거웠어요?”

에스더 자매가 물었다.

“저녁 예배까지 드리고 가라고 하시길래 가까운 교회에 가서 함께 예배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더니 같이 가시겠대.”

“김 목사님 정말 열려 있는 분이군요.”

“처음엔 좀 뜻밖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더니 금세 허락하셨어.”

“그럼 아예 혼자 가시라고 하고 당신도 빠지면 어때요?”

“응? 그럴까?”

“당신과 같이 가면 또 당신 의견을 물으실 것 같아서요.”

“그래,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목회 하시면서 다른 교회에서 예배드리신 적이 거의 없으신 가봐.”

“홀로 하나님 만나시고, 다른 교회의 형편도 살피시면 좋겠네요.”

 

느헤미야 형제는 교회 사무실에 메모를 남기고 아내와 교회를 나왔다. 웅장한 교회 건물의 그림자가 해를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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