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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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일상생활

이혼하고 싶을 때

by 브린니 2020. 5. 23.

3쌍 중 1쌍이 이혼할 정도로 이혼율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황혼이혼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혼한 사람의 92%가 이혼을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재혼 후에도 초혼 때와 똑같은 문제를 겪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혼의 고통과 재혼의 격변을 겪어야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 똑같은 문제에 시달리며 살 바엔 뭣하러 이혼을 했나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누구나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은 도저히 이해 못할 자기만의 어떤 고통 때문에 이혼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혼 후에도 후회하고, 재혼 후에도 또 똑같은 문제로 고통을 받아야 하다니......

 

이혼을 하기 전에 고려해 봐야 할 사항 중에 상당히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이혼 후에 더한 궁핍이 몰려와도 이혼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혼은 현실입니다. 결혼이 현실인데도 많은 이들이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은 환상을 품었다가 현실에 부닥치면 그 환상이 깨지는 것처럼, 이혼도 현실입니다. 이혼을 하면 지긋지긋한 결혼생활의 고통이 끝나고 자유와 평온함의 기쁨을 누릴 것 같은 환상을 품지만 불행히도 이 역시 환상입니다. 막상 이혼을 하고 나면 고독과 궁핍이 몰려오는 현실에 맞닥뜨려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현실 속에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혼을 고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또 하나의 환상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꼴 보기 싫은 사람과 산다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사랑이라곤 남아있지 않은, 혹은 증오나 혐오만이 가득한 결혼 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긴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환상이 아닐까요? 연애 시절의 사랑의 감정이 결혼 생활에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환상 말입니다.

 

모든 동화책이나 연애소설과 영화들이 왜 결혼으로 끝이 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으로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만약 이야기를 더 이어간다면 싸우고 지지고 볶는 일상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뜨겁게 사랑한 이들도 결국은 우리가 어려서 보고 자라온 부모의 모습처럼 지지고 볶는 일상으로 변하게 될 거라고 자연히 상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결혼생활에 설레는 사랑의 감정이 있는가 없는가 또한 하나의 환상이 아닐까요?

 


흔히 아내들은 남편을 ‘원수’라고 하고,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호랑이가 아내라고 말합니다. 물론 그 안에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 있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그보다 심각한 경우도 많습니다. 한 번 혹은 여러 번의 불륜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부부, 시댁이나 처가 등 친척들에 의해서 상대방이 싫어질 만큼의 고통을 안고 사는 부부, 빚이나 사업 실패로 갈라질 대로 갈라진 처참한 상황에서 살아가는 부부, 장애를 가진 자녀나 여러 가지 중독의 문제로 말 못할 고통을 숨기며 살아가는 부부......

 

사실 결혼 생활은 비밀스런 고해의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힘겹게 살아가다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는 사치스럽고 철없게 느껴집니다. 혹은 전에는 있었지만 이제는 찾을 수 없어 슬퍼지는, 그런 단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경우 결혼생활이란 경제적 공동체이며 성적 파트너와의 동거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리하면, 우리는 세 가지 환상 때문에 배신감을 느끼고 절망하고 인생에서 실패했다고 느끼게 됩니다.

첫째, 결혼 전에 가지는, 결혼의 행복에 대한 환상

둘째, 결혼 생활 중에 가지는, 결혼에 사랑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환상

셋째, 이혼 전에 가지는, 이혼 후의 자유와 평온에 대한 환상

 

환상은 환상일 뿐 현실이 아닙니다. 그 현실이 사나운 폭풍과 맹수처럼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조금은 견딜 만한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인정하기는 싫지만 자기 앞에 놓인 현실을 살아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인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언제나 현실과는 다른 이상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탈출을 꿈꾸는 것입니다. 마치 더 나은 것이 있을 것처럼...... 그러나 뛰쳐나가봐도 더 나은 것이 없다는 것은 우리는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혼 후 92%는 후회한다고 합니다. 그럼 8%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후회하지 않는 8%에 들 수 있을까요? 우선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경제적 궁핍 때문에 겪는 고통이라도 제외할 수 있어야 8%에 들어갈 확률이 생깁니다.

 


그리고 재혼 후에도 똑같은 문제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는 선례에도 들지 않아야 합니다. 배우자의 불륜 때문에 이혼했다면, 다시 만날 새로운 사람은 결코 바람 피우지 않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고, 사업 실패로 고통 받았다면 다시 만날 사람은 결코 사업에 실패하지 않을 사람이어야 합니다. 문제는 그것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내 맘처럼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연애나 성적인 이끌림에 끌려다녀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가능할까요? 도리어 이혼 후에 많은 이들이 채울 수 없는 성적 욕구에 시달리고 중년의 나이에도 로맨스 드라마에 폭 빠져 설레며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모든 난관을 통과할 자신이 있어야 이혼을 후회하지 않는 8%에 들 수가 있습니다. 그 8%에 들어갈 자신이 없다면, 현재의 결혼생활을 다시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랑’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다 해도, 그저 경제공동체에 성적 파트너일 뿐이라 해도, 그저 쿨하게 그것만으로도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요?

 

때로 꼴보기 싫은 순간을 슬쩍슬쩍 피해가면서 맘에 안 드는 동료와 함께 삶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는 없을까요? 때로 내가 힘들 때 도와주면 그걸로 ‘없는 것보다 훨씬 낫지’라고 생각하면서...... 누군가는 그 순간을 너그럽게 행복이라고도 부르지 않을까요.

 

결국 행복은 잡을 수 없는 파랑새일까요? 아니면 늘 옆에 있었던 파랑새일까요?

무엇을 행복으로 여겨야 할까요?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그 어떤 선택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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