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일반적으로 네 발이 달린 (당나귀보다 더 다루기 힘든) 테이블은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의 나무판으로, 그 위에 필요한 물건이나
또는 이런저런 것들을 올려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옆이나 앞에
앉기도 하고 그 위나 아래에 발을 얹기도 한다.
침대로 쓰기는 좀 어렵다.
내게 그것은 편리한 물건이다. 그리고 너무 친숙해서, 이제 그것
없이는 지낼 수 없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무릎에 글쓰기
받침대를 올려놓고 발을 높은 돌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
없이도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테이블에는 (왼쪽)
팔꿈치를 올려놓을 수도 있고, 재떨이 담배 연필 그 외 여러 가지
것들을 늘어놓을 수도 있다.
―프랑시스 퐁주(프랑스, 1899-1988)
【산책】
자크 데리다는 퐁주의 시에 영향을 받아 <시네퐁주>라는 책을 썼다.
퐁주는 1942년 <사물의 편>을 출간을 시작으로 주로 사물을 주제로 시를 썼다.
<테이블>은 그의 사후 1991년 갈리마르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시집 전체가 테이블에 관해 쓴 시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시가 다 <테이블>이다.
오직 테이블에 대해서 쓴 것들이다.
위의 시는 그 중 한 편? 한 대목? 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퐁주의 <테이블>을 몇 편 더 읽기로 하고,
오늘 산책은 여기서 그만.
참, 테이블은
침대로 쓰기는 좀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책상 위에서 자본 사람들은 다 안다.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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