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여자와 저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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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여자와 저녁을

by 브린니 2020. 6. 20.

좋은 생각 많이 하는 여자와 저녁을

 

 

나쁜 상상을 많이 했더니

피곤하고 배가 고프다

 

좋은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나

저녁식사를 마주하고 싶다

 

고기는 한 점도 없는

채소와 야채와 과일로 풍성한

깨끗한 밥상

콩나물 된장국에 열무와 동치미

 

배부르게 먹어도

속을 잘 비워낸 느낌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보지 못한

저무는 들녘을 바라보는

평상 위의 식사

 

인생의 풍파란 풍파는 모조리 겪은 탓에

허리가 굵어지고 허벅지가 튼실해진 아내

뾰족하던 성격이 굽고 휘고 부드러워져

마음이 구름처럼 너그러운 사람

이웃들과 나누고 또 나누어도

좋은 생각이 넘쳐나는 아내

 

절제를 가르치고

자유를 만끽하네

 

원망과 분노와 미움과 증오

감정이 생각을 이길 때가 많지만

찌꺼기들을 다 이겨서 반죽을 만들고

곱게 전을 부쳐내는 아내

 

생각이 고운 여인 곁에서 밥을 먹는,

좀 나쁜, 그 남자

세상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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