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두 개
중년여자가 목발을 짚고 길을 건너고 있다
양팔에 하나 씩 끼고
절뚝거리거나 기브스를 했으려니……
다시 보니
우산을 양손에 하나 씩 들었다.
눈이 거짓말을 했구나
본다고 하니 장님이었구나
퍼붓던 비가 잠시 멈춰 있었다
나는 차를 몰고 빗속을 건너가던 참이었다.
중년여자는 한참 뒤에서 사라지고
나는 생각한다
여자는 왜 우산을 두개씩 들었는가
하나는 누구의 것인가
남편인가 자식인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니라면
대체 왜
마음에 몰아치는 폭풍우를 막기엔 우산 하나로 부족했었나
아내도 우산 두 개를 들고 나를 기다리는 것인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고통을 양손바닥으로 막아선 채
소나기를 피하려고 애쓰고 있을까
한참을 퍼붓던 비가 중간에서 끊긴 듯
우산은 무지개와 상극인가
해가 뜨면 무용지물인가
맑은 날의 폭풍우는 무엇으로 막는단 말인가
마음속의 태풍은
얼른 집으로 가서
아내 옆에 누워 창밖으로 장마가, 홍수가, 폭풍과 낙뢰가 지나는 걸 구경해야겠다
마치 집안엔 번뇌도, 원망도, 죄와 벌도 없는 것처럼
사랑도 용서도
텅 빈 집
우산 바구니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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