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 우산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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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시, 짧은 소설)

[창작 시] 우산 두 개

by 브린니 2020. 7. 21.

우산 두 개

 

 

중년여자가 목발을 짚고 길을 건너고 있다

양팔에 하나 씩 끼고

절뚝거리거나 기브스를 했으려니……

다시 보니

우산을 양손에 하나 씩 들었다.

 

눈이 거짓말을 했구나

본다고 하니 장님이었구나

 

퍼붓던 비가 잠시 멈춰 있었다

나는 차를 몰고 빗속을 건너가던 참이었다.

 

중년여자는 한참 뒤에서 사라지고

나는 생각한다

여자는 왜 우산을 두개씩 들었는가

하나는 누구의 것인가

남편인가 자식인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니라면

대체 왜

 

마음에 몰아치는 폭풍우를 막기엔 우산 하나로 부족했었나

 

아내도 우산 두 개를 들고 나를 기다리는 것인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고통을 양손바닥으로 막아선 채

소나기를 피하려고 애쓰고 있을까

 

한참을 퍼붓던 비가 중간에서 끊긴 듯

 

우산은 무지개와 상극인가

해가 뜨면 무용지물인가

맑은 날의 폭풍우는 무엇으로 막는단 말인가

마음속의 태풍은

 

얼른 집으로 가서

아내 옆에 누워 창밖으로 장마가, 홍수가, 폭풍과 낙뢰가 지나는 걸 구경해야겠다

마치 집안엔 번뇌도, 원망도, 죄와 벌도 없는 것처럼

 

사랑도 용서도

텅 빈 집

우산 바구니가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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