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하관을 마치고 둥그렇게 솟아오르는 새 몸을 본 적이 있다
무덤은 혼을 가두는 육체,
그 둥근 세계는 영혼의 껍질인 몸
영혼은 얼마나 붉은 껍질을 가지고 있는지
삶에 무섭게 집착한 자들이 택한 죽음은
더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있다
무덤이 죽음의 몸이 되듯
욕망도 깨달음이 될 수 있을까
둥글게 둥글게 솟아오르는 영혼의 육체,
죽은 뒤 사람의 몸은
둥근 무덤이 되어 다시 솟아오른다
―조용미
【산책】
죽음에 대하여 말할 수 있을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하여.
갔다가 온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는.
죽음 이후에도 뭔가 있을까.
과연 육체가 없는 오직 영혼만 있는 곳.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몸이 부활한다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모습으로.
무덤은 죽은 다음의 몸으로서, 모두 평등하게 둥글다.
“둥그렇게 솟아오르는 새 몸”
둥근 무덤, 둥근 새 몸.
살아 있을 때 모질고 뾰족하던 사람도
살아 있을 때 지나치게 삐쭉 큰 사람도
살아 있을 때 못 봐줄 정도로 삐쩍 마른 사람도
다이어트 하다 죽은 사람도
모두 둥글다!
아,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주신 죽음이여!
무덤이여!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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