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산책] 조용미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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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명시 산책] 조용미 <무덤>

by 브린니 2020. 7. 8.

무덤

 

 

하관을 마치고 둥그렇게 솟아오르는 새 몸을 본 적이 있다

무덤은 혼을 가두는 육체,

그 둥근 세계는 영혼의 껍질인 몸

영혼은 얼마나 붉은 껍질을 가지고 있는지

 

삶에 무섭게 집착한 자들이 택한 죽음은

더 두꺼운 껍질을 가지고 있다

 

무덤이 죽음의 몸이 되듯

욕망도 깨달음이 될 수 있을까

둥글게 둥글게 솟아오르는 영혼의 육체,

죽은 뒤 사람의 몸은

둥근 무덤이 되어 다시 솟아오른다

 

                                             ―조용미

 

 

【산책】

죽음에 대하여 말할 수 있을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하여.

갔다가 온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는.

 

죽음 이후에도 뭔가 있을까.

과연 육체가 없는 오직 영혼만 있는 곳.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몸이 부활한다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모습으로.

 

무덤은 죽은 다음의 몸으로서, 모두 평등하게 둥글다.

“둥그렇게 솟아오르는 새 몸”

둥근 무덤, 둥근 새 몸.

 

살아 있을 때 모질고 뾰족하던 사람도

살아 있을 때 지나치게 삐쭉 큰 사람도

살아 있을 때 못 봐줄 정도로 삐쩍 마른 사람도

다이어트 하다 죽은 사람도

모두 둥글다!

 

아,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주신 죽음이여!

무덤이여!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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