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개어진 의자#김소연#의자#폭풍#재앙#나무의 그림자#사람#사랑#쉼#1 [명시 산책] 김소연 <포개어진 의자> 포개어진 의자 앉을래? 의자가 의자에게 말했다 서성일래, 의자가 대답한다 나무들이 서 있길래 뉘어주려고 폭풍이 들이닥쳤다 우리는 누운 나무를 보며 재앙을 점쳤다 잠든 사람의 조금 벌어진 입술이 기어코 천진해질 시간에 계절이 바뀌었고 틈을 벌린 채 나무는 새에게 가지를 내어 주기 시작한다 의자 하나가 그 곁에 있고 나무의 그림자에서 의자가 쉬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의자에 앉는다 아주 잠깐 고달픔을 잊기 위해 찻집 창가에 앉아 있는 여자애에게 기어코 한 남자가 다가가듯이 의자가 되면 의자에 앉을 수 없게 된다 사람이 되면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된다 의자가 의자에 앉아 본분을 잊는 시간 우리는 재앙을 점치지만 열매처럼 사랑은 떨어져버린다 입을 약간 벌린 채로 ―김소연 【산책】 산책을 떠나는 사람에게도 .. 2020. 7.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