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망각은 없다#오랑캐꽃#제비#제비꽃#1 [명시 산책] 파블로 네루다 <망각은 없다 (소나타)> 망각은 없다 (소나타) 혹시 내게 어디서 있다 왔느냐고 물으면 난 “그저 우연히 그렇게 왔습니다” 정도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돌들이 검게 물들이는 땅바닥이라든지, 흘러가다 스스로를 파멸해가는 강이라든지, 그런 이야기밖에는 할 말이 없다. 내가 아는 거라곤 새들이 잃고 가는 사물들밖엔 없다. 뒤에 남기고 온 바다라든지 거기 울고 남아 있는 내 누이. 왜 그렇게 많은 지방들이 있는 걸까? 왜 하루는 또 다른 하루와 합쳐지는 걸까? 왜 하나의 검은 밤이 입 속에 쌓여 있는 걸까? 왜 죽음이 이토록 많은가? 혹시 내게 어디서 온 거냐고 묻는다면 나는 저 부서진 사물들에게 물어봐야 된다, 너무나도 쓰라린 도구들과 흔히 썩어 있는 커다란 짐승들 그리고 고뇌에 가득한 내 심장과 이야기를 해봐야 된다. 우연히 일어난.. 2020. 7.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