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첨잔#슬픔#사랑#1 [창작 시] 첨잔 첨잔 슬픔에 슬픔을 더 붓습니다 시체를 시체로 덮는 전장 같습니다 마음에 술을 붓습니다 숯불을 쏟은 듯 태웁니다 수많은 이유와 변명들을 마른 땅이 쩍 갈라지듯 인생이 세운 가설들이 무너집니다 어쩌면 신께서는 아무것도 아닌 생을 허락하셨던 것일까요 욕심을 쌓을 창고가 부족해서 숲을 다 태웠습니다 산꼭대기에서 발끝을 들고 하늘을 만져보았습니다 사치와 향락과 도취 어리석음의 끝을 먹고 마셨습니다 술이 반쯤 든 잔에 술을 조금 더 부어 마시는 것이 첨잔이라지요 술을 넘치도록 따르는 것은 마음이 비어서일까요 술이 흘러 상을 적시고 몸이 흥건히 젖고 밤이 익고 혹 사랑도 깊이 숙성할까 바람을 가져서일까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으나 단 한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 사람이 저기 구석에서 울고 있습니다 인생이 반쯤 달아.. 2021. 6.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