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달팽이#집을 등에 지고#달#짐#노을#출혈#1 [명시 산책] 진은영 <달팽이> 달팽이 집을 등에 이고 사는 것들은 모두 달로 가야 한다 나뭇잎 위에 앉아 있는 달팽이를 본 적이 있는가 배경으로 언제나 달이 뜬다 집이 아니야 짐이야 그 짐 속에는 아버지가 주무시고 어머니가 손톱을 깎으신다 동생은 수학 문제를 풀고 아버지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외출하셨으면 좋겠어요 꿈속에서 나는 자주 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였다 제발 나타나지 마세요 아버지 자꾸 죽어요 내 집이 피로 붉어요 얘야 노을이 져야 달로 간다 나는 너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달이 창백한 건 일찍 나왔기 때문이 아니야 달은 출혈의 산물이야 내가 얼마나 피 흘리고서야 잔잔히 떠오르겠습니까 ―진은영 【산책】 달팽이가 집을 메고 기어가는 걸 보고 있으면 시간이 한 없이 잘 간다. 달팽이가 몇 밀리 집을 옮기자 시계 바늘은 몇 눈금 .. 2020. 8.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