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효 #전야제#기억#시간#1 [명시 산책] 정영효 <전야제> 전야제 날이 밝을 때까지 광장에 까맣게 둘러앉아 우리는 밤을 지킨다 아직 기쁨을 말하기는 이르고 여전히 불안을 고백하기도 이르다 조급한 자들은 집으로 가 내일을 기다리거나 시간을 잊기 위해 그 끝을 찾아가고 있다 날이 밝기 전이지만 기도를 미룬 채 우리는 도시의 축포 속에 섞인다 단단한 표정처럼 마음을 불러세우는 함성, 거칠어진 호흡이 우리를 빠르게 통과한다 영원한 것들이 미래를 실수할 수 있을까 기억이 잠깐 저지르는 일을 걱정이라 생각할수록 뚜렷한 곳들이 점점 늘어나는 듯하다 어쩌면 영혼이 모여드는 지금부터 슬픔을 떠올리기는 이르고 출구를 준비하기도 이르다 저무는 외곽으로 날이 깊어지면 서로의 심장이 흔들릴 것이므로 약속한 직전의 밤이 이곳에 멈춰 있다 다른 얼굴들이 모두 평범해지는 동안 우리는 같은 .. 2022. 7.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