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두시의 신비로운 능력#두 시#두시#고양이#시계#시간#해변#거짓말#낭만#연인#1 [명시 산책] 장수진 <두시의 신비로운 능력> 두시의 신비로운 능력 회색 두부에 꼿꼿한 혀 한 장 박혀 있다 부러진 커터 칼날처럼 혀 없는 고양이 ‘두시’는 푸른 베일을 쓴 채 한쪽 발로 초승달의 목을 밟고 있다, 파르르 파르르 달은 숨이 할딱거린다 파랗게 점점 파랗게 미미한 파도처럼 살짝 살짝 치 떨던 달은 차갑게 식는다 모든 낭만의 밤은 끝났다 고양이의 작은 발 주먹 아래서 두시의 등 뒤로 가끔 해변이 열리고 닫히고 누군가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거짓말 없는 밤이 지속되었다 혀 없는 고양이 두시는 버려진 괘종시계에서 두 시를 물어뜯었다 아무도 모른다 두 시가 없는 시계 두 시가 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 끝나지 않는 라디오를 영원히 들으며 오래된 영화 음악 속에서 어쩌면 이 세계에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두 시의 연인 두 시의 오해 두 시의 자살 같은 .. 2021. 1.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