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그르니에#섬#고양이 물루#1 장 그르니에 <섬> 空의 매혹 ― 비어 있음의 가득 참 장 그르니에는 저마다의 일생에는 특히 그 일생이 동터 오르는 여명기에는 모든 것을 결정짓는 한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 인생에는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도록 이끄는 아주 결정적인 때가 반드시 존재한다. 나는 어느 순간 이렇게 살겠다고 무언의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이다. 그르니에는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을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을 체험했다고 말하면서 어린 시절 한 사건을 이야기 한다. 그때 나는 몇 살이었을까? 예닐곱 살쯤이었다고 여겨진다. 어느 한 그루의 보리수 그늘 아래 가만히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눈을 던지고 있다가 나는 문득 그 하늘이 기우뚱하더니 허공 속.. 2020. 12.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