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어째서#1 [명시 산책] 임솔아 <어째서> 어째서 잊고 있던 꽃무늬 원피스가 잡혔다. 어떻게 이런 걸 입고 다녔을까 의아해하다 의아한 옷들을 꺼내 입어보았다. 죽어버리겠다며 식칼을 찾아 들었는데 내 손에 주걱이 잡혀 있던 것처럼 그 주걱으로 밥을 퍼먹던 것처럼 밥 먹었냐, 엄마의 안부 전화를 끊고 나면 밥 말고 다른 얘기가 하고 싶어진다. 나는 이제 아무거나 잘 먹는다. 잊지 않으려고 포스트잇에 적었지만 검은콩, 면봉, 펑크린, 8일 3시 새절역, 33만 원 월세 입금, 포스트잇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었다. 까맣게 잊어버린 검은콩이 냉장고에 있었다. 썩은 내를 풍기는 검은콩엔 왜 싹이 돋아 있는지. 이렇게 달콤한데, 중얼거리며 곰팡이 낀 잼을 식빵에 발라 먹던 엄마처럼 이렇게 멀쩡한데, 중얼거리며 유통기한 지난 우유를 벌컥.. 2022. 5.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