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승강장#신#신발#유실물#분실물센터#잃어버림#종점#노선#오디나무#1 [명시 산책] 임솔아 <승강장> 승강장 어디 아프냐고 누군가 물었다. 아이는 빨간 신 한 짝을 잃어버려서 찾아다니다가 집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너무 큰 바지를 입은 것처럼 아이는 흘러내리는 기억을 추스르려 애쓴다. 신이 나를 잃어버릴 때마다 내가 도착하곤 했던 종점의 오디나무가 떠올랐다. 떨어진 오디를 주워 들고서 오디처럼 빨간 것들에 잇자국을 남겼다. 아이는 승강장 바닥을 빨개진 맨발로 걷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유실물 보관소에 갔지만 주인을 잃어버린 열쇠와 가방 들이 있었지만 신은 없었다. 신을 꼭 찾아야 해요. 승객들이 내리고 지하철의 불이 꺼질 때 아이는 지하철로 걸어 들어갔다. 빨간 아이를 담은 채 검은 지하철은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노선으로 출발했다. 신도 인간을 이렇게 계속 찾아다닐 것이다. 그래서 집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2022. 5.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