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나를#그림자#구름#겹치다#만지다#1 [명시 산책] 임솔아 <나를> 나를 내 그림자로 인해 나는 나를 구경할 수 있다. 그물처럼 서로의 그림자가 겹쳐질 때 그곳은 우리의 집이 된다. 아무나 밟고 지나갔으나 아무리 밟아도 무사해지는 집이 느리게 방바닥에서 움직인다. 구름 그림자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 창밖의 먼 곳에서 바람이 분다. 구름 그림자는 발끝부터 나를 지나간다. 날벌레 한 마리가 구름 그림자를 드나들고 먼 것들이 틈틈이 나를 뒤덮는다. 나는 오랫동안 있다. 그림자는 목숨보다 목숨같다. 나는 아무것에나 그림자를 나눠준다. 아무와 나는 겹쳐 살고 아무도 나를 만진 적은 없다. ―임솔아 【산책】 임솔아의 시는 화려한 수사가 많지 않다. 덤덤하게 마치 산문을 쓰듯 현실상황에 대해 서술한다. 그 속에 시인의 진심 혹은 사물의 진실을 담을 뿐이다. 그런데 이 시는 .. 2022. 4.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