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김행숙#햇빛#구름#비#오후만 있던 일요일#1 [명시 산책] 김행숙 <일요일> 일요일 며칠 늦게 일요일이 찾아왔다. 햇빛은 일요일의 뒤에 있었고, 몇 덩어리의 구름은 일요일의 느리고 느리고 부드러운 말씨. 그리고 내린 비는 일요일의 가득한 눈물처럼. 앞에 있는 햇빛처럼. 나는 토요일 밤의 송별회를 지나 월요일 그리고 화요일 밤. 나쁜 일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날들이 멀리 흐르지 않고 가까이 향월 여인숙에서 잠이 들고 다음날 다시 새 이불을 덮는다. 나는 화요일 밤을 지나 수요일 아침 그리고 목요일 아침의 순서로 일요일을 기다린다. 일요일은 제멋대로 다리를 뻗고 두드리고 발을 주무른다. 일요일이 쓰고 온 넓은 모자가 넓은 그늘을 만들고, 나는 금요일 저녁에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구두들이 글썽거리며 웃음을 물고 모여 있는 것을 본다. 금요일 저녁에서 발이 녹는다. 발부터 일요.. 2020. 7.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