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1 [명시 산책] 이성복 <그 순간은 참 길었다> 그 순간은 참 길었다 그후 나는 우리가 만나기 전에 당신이 지나온 길을 지나갔고 당신은 내가 지나온 길을 지나갔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 「만남과 지나감」 바람 쐬고 오는 길에 저쪽에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오고 있었다. 엉겁결에 길 옆 상가건물의 교회로 들어갔다.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나왔지만, 다니지도 않는 교회 입구에서 그 순간은 참 길었다. 또 언젠가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오는 걸 보고, 돌아서 다른 길로 들어가려다 정면으로 마주쳤다. 앞만 보고 걸었지만 그 순간도 참 길었다. 그리고 또 언젠가 내가 오는 걸 본 그가 골목 안으로 쑥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내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치면서, 그 순간은 한참 더 길었다. ―이성복 【산책】 그렇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2020. 11.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