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저녁의 역습#백화점#밥#백반#따뜻한 밥#근황#1 [명시 산책] 이병률 <저녁의 습격> 저녁의 습격 백화점 정문에서 나를 만나기로 한 약속 일찍 도착한 나는 서 있기도 무엇해 백화점 안을 둘러보는데 미리 와 있는 나는 혼자 뭔가를 먹고 있습니다 저녁이나 먹자고 한 건데, 뭔가 잘못됐나도 싶지만 어엿한 정각이 되고 나는 모르는 척 백화점 앞에서 나를 만납니다 따뜻한 것이 먹고 싶다며 골목을 돌고 돌아 나를 데리고 찾아간 식당, 당신은 태연하게 백반을 먹기 시작합니다 연거푸 술잔을 비우며 우적우적 가슴 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저 일은 무슨 일일까 생각합니다 그때 오래전부터 당신이 나를 미워했다는 사실이 자꾸 목에 걸립니다 혼자이다가 내 전생이다가 저 너머인 당신은 찬찬히 풀어놓을 법도 한 근황 대신 한 손으로 나를 막고 자꾸 밥을 떠넣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병률 【산책】 다른 사람을 대하며 느.. 2020. 11.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