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자상한시간#병#의자#시간#1 [명시 산책] 이병률 <자상한 시간> 자상한 시간 의자가 앉으려 하고 있다 사람은 사람을 서로 아프게 하여 스스로 낫기도 하겠다는데 나는 한사코 혼자 앓겠다는 사람 옆에 있다 의자는 의자에 앉으려 애쓰고 있지만 꽃과 이 사람은 무엇을 애써 누르려 한 적도 살겠다고 애쓰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어둠이 소금처럼 짠 밤에 병이란 것과 병 아닌 것을 아는 시간이 뜨겁게 피었다 의자를 의자에 앉힐 수 없어 풀과 나무들과 공기들의 땀 냄새를 마시고 녹이는 사이 그 바깥은 죽을 것처럼 맞춰진 시간들이 다시 죽을 것처럼 어긋나고 있었다 까치야 소용없단다 이 밤에 아무리 울어도 기쁜 일은 네 소관이 아니란다 ―이병률 【산책】 죽어가는 사람을 밤새 옆에서 기다린 적 있는가. 무엇을, 죽음을? 그가 낫기를? 의자가 의자에 앉으려는 것처럼 불가능한 것들 가운데 단.. 2020. 7.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