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꽃다발#할머니#골목#술집#꽃향#술향#1 [명시 산책] 이병률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한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는 애써 돌아다보지 않는데 또 오기나 하라는 말에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꽃 향은 두고 술 향은 데리고 간다 좁은 골목은 식물의 줄기 속 같아서 골목 끝에 할머니를 서 있게 한다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가라는 할머니의 말 신(神)에게 가겠다고 까부는 밤은 술을 몇 잔 부어주고서야 이토록 환하고 착하게 온다 ―이병률 【산책】 누군가에게서 받은 꽃다발을 술 몇 잔에 잊고 주막을 나온다. 할머니가 들고 따라와 건네려는데 꽃이 할머니에게 더 어.. 2020. 7.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