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살림#별#달의 손톱#손톱달#손톱#1 [명시 산책] 이병률 <살림> 살림 오늘도 새벽에 들어왔습니다 일일이 별들을 둘러보고 오느라구요 하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볼 때면 압정처럼 박아놓은 별의 뾰족한 뒤통수만 보인다고 내가 전에 말했던가요 오늘도 새벽에게 나를 업어다달라고 하여 첫 별의 불꽃에서부터 끝 별의 생각까지 그어놓은 큰 별의 가슴팍으로부터 작은 별의 멍까지 이어놓은 헐렁해진 실들을 하나하나 매주었습니다 오늘은 별을 두 개 묻었고 별을 두 개 캐냈다고 적어두려 합니다 참 돌아오던 길에는 많이 자란 달의 손톱을 조금 바짝 깎아주었습니다 ―이병률 【산책】 손톱달을 볼 때 기분이 맑아진다. 어디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기분이랄까. 귀를 후벼주는 느낌이랄까. 손톱달의 손톱이 자라면 점점 반달이 된다. 반달이 살이 찌면 보름달이 되고, 보름달이 뜨면 불길하다. 그.. 2020. 7.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