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화#단추#바닥에 떨어진 단추#반으로 쪼개진 단추#단추 구멍#1 [명시 산책] 이근화 <단추> 단추 몇 개의 단추로 몸을 가릴 수 있는 건 고마운 일 단추를 채우면 따뜻하고 덜 부끄럽고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단추는 단단하고 단추는 부드러워 열을 맞추어 매달려 있는 것이 목숨 같네 간신이 매달려 있는 것 같지만 뜯어내지 않아도 좋다 차례대로 단추를 끄르거나 성급히 단추를 채울 때 부끄럽고 무안하고 자꾸만 작아지는 단추가 손끝에서 미끄러진다 바닥에 떨어진 단추를 집어 올릴 때 반으로 쪼개진 단추를 볼 때 단추는 가엾구나 단추는 없구나 누가 나를 지키나 단추는 나를 놀리고 나의 눈을 바닥에 깔고 나의 손가락을 농락한다 단추를 매달 때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실을 돌돌 감아 단추의 목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근화 【산책】 언젠가, 아마 광주 비엔날레인가, 아니면 어느 큰 전시회에서 단추로 커다란 회화 작품을.. 2020. 9.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