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언#숲속의 의자#숲#의자#노인#1 [명시 산책] 송승언 <숲 속의 의자> 숲 속의 의자 그 의자는 이제 숲 속에 있다 숲 속에는 생활을 잃은 노인도 숨어든다 아침이면 의자에 앉아 숲의 저편을 본다 저기 보이는 참나무 참나무 그리고 참나무 그 의자는 등받이와 팔걸이도 없어서 노인은 저녁으로 등을 구부린다 비가 오면 숲이 두터워진다 노인은 오두막으로 숨어들고 의자는 그 자리에서 천천히 해체된다 가끔은 숲 속에 톱질 소리가 들린다 노인이 신경질을 부리는 것이다 숲 속에는 노인이 죽어도 무덤도 없고 의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송승언 【산책】 전원에 집을 짓고 사는 것과 숲 한복판 오두막에서 사는 것은 얼마나 다를까. 숲은 과연 사람에게 허락된 곳일까. 숲은 삶은 품는 곳일까. 숲으로 들어가면 길을 잃을 수 있다. 헨젤과 그레텔을 비롯한 많은 동화속 주인공들이 길을 잃었다. 숲은 정령들.. 2022. 6.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