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언어#눈#눈물#소울음#1 [명시 산책] 김기택 <소> 소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김기택 【산책】 눈이 말을 한다. 소뿐 아니다. 사람도 눈으로 말을 한다. 그가 나를 바라볼 때 그 눈 속에 얼마나 많은 말들이 담겨 있는가. 화를 내면서 볼 때 눈물이 그렁해서 볼 때 심지어 눈을 피할 때조.. 2020. 8.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