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후#비갠오후#아버지#목소리#죽은 아버지#1 [명시 산책] 보르헤스 <비> 비 가랑비가 내리니 갑자기 오후가 갠다. 내리다인지 내렸다인지. 분명 비는 과거에 일어나는 일이지. 빗소리를 듣는 이는 그지없는 행운이 장미라 부르는 꽃과 유채색 신기한 색조를 현현시켰던 그 시간을 회복하였네. 유리창을 눈멀게 하는 이 비가, 상실된 아라발의 지금은 가 버린 어느 정원 포도 덩굴 검붉은 알갱이에 생기를 돋우리. 젖은 오후는 내가 갈망하던 목소리, 죽지 않고 회귀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돌려주네. ―보르헤스 【산책】 흐렸던 하늘이 잠시 비가 내리니까 곧바로 환하게 밝아온다. 봄날 혹은 가을날 오후에 이런 현상은 자주 때론 가끔 볼 수 있다. 카페 창밖으로 혹은 거실 창을 열고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거나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옛 기억이 떠오르고 기억의 끝을 좇아 회상에 잠기곤 한다. 장미와 다.. 2022. 11.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