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겨울 물고기#1 [명시 산책] 이오시프 브로드스키 <겨울 물고기> 물고기는 겨울에도 산다. 물고기는 산소를 마신다. 물고기는 겨울에도 헤엄을 친다. 눈으로 얼음장을 헤치며. 저기 더 깊은 곳 물고기들 물고기들 물고기들 물고기는 겨울에도 헤엄을 친다. 물고기는 떠오르고 싶어한다. 물고기는 빛 없이도 헤엄을 친다. 겨울의 불안한 태양 밑에서. 물고기는 죽지 않으려고 헤엄을 친다. 영원히 같은 물고기의 방식으로. 물고기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빙괴(氷塊) 속에 머리를 기대고 차디찬 물속에서 얼어붙는다. 싸늘한 두 눈의 물고기들이. 물고기는 언제나 말이 없다. 그것은 그들이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고기에 대한 詩도 물고기처럼 목구멍에 걸려 얼어붙는다. ― 이오시프 브로드스키(1940-1996) 【산책】 역사나 정치, 권력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분들은 이 시를 읽으며 .. 2020. 6.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