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빈 산#1 [명시 산책] 김지하 <빈 산> 빈 산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저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저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파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 저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내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푸른 솔일 줄도 몰라라 ―김지하 ★ 시인은 어떤 산을 보고서 빈 산이라고 느꼈을까. 산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기에 비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에 타서 나무들이 모두 재로 변한 산일까. 산에 동굴이 많아서 산 속이 텅 빈 산일까. 산에 있는 돌을 다 .. 2021. 3.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