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바깥에 사는 사람#호모사케르#조르조 아감벤#사랑의 바깥#외투#커피 자판기#1 [명시 산책] 김소연 <바깥에 사는 사람> 바깥에 사는 사람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사람은 가장 바깥에 산다 그곳은 춥다 버스에 외투를 벗어두고 종점에서 내린 적이 있다 다른 나라 더운 도시의 공항이었다 맨발로 비행기에 올라 더 멀리 나는 갔었다 옆자리에는 같은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의 이어폰에서 찌걱찌걱 노래가 흘러나왔을 때 같은 이별을 경험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때 그 버스에 가장 오래 앉은 한 사람은 내가 벗어둔 외투를 챙겨 입고 혹독한 겨울로 무사히 들어갔을까? 버스 종점에서만큼은 커피 자판기가 달빛보다 더 환하면 좋겠다 동전을 넣고 손을 넣었을 때 산 짐승의 배 속에서 꺼낸 심장처럼 뜨끈한 것이 손에 잡히면 좋겠다 어떤 나라에서는 발이 시리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는 목적 없이 버스를 탄다 그러나 어떤 나라에서는 한없이 걸어야.. 2020. 8.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