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그런 것#저 멀리#저 먼#거기#저쪽#조금 전#저만치#저기#아침#고양이#그림자#1 [명시 산책] 김소연 <그런 것> 그런 것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창문 바깥에서가 아니라 저 멀리 대관령에서 아침은 그렇게 시작됐다 빨래를 널고 창문을 열어두고 바깥에 앉아 볕을 쬐고 있을 때 고양이가 다가와 내 그림자의 테두리를 몇 걸음 걸었고 저쪽에 웅크렸다 꿈에서 일어난 일들이 쏟아져 내렸다 허벅지에 떨어진 동그란 핏방울이었고 그다음 양철 주전자였고 그다음 도살장 옆 미루나무였다 단식을 감행했다 내가 아니라 내가 아는 한 사람이 저 먼 제주도에서 아침은 그렇게 지나갔지만 많이 아팠다 내가 아니라 저 먼 시베리아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친구가 할머니는 선지를 좋아했고 엄마는 할머니를 좋아했다 나는 심부름을 좋아했다 자박자박 붉은 물기를 밟으며 도살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한 발씩 한 발씩 서늘해졌다 검은 앞치마를 두른 아저씨가 내 머.. 2020. 8.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