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피 흐르는 눈#저녁#세상의 뒤편#등#피#빛#슬픔#자국#재#1 한강 <피 흐르는 눈 4> 피 흐르는 눈 4 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 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 모든 것이 등을 돌리고 있다 고요히 등을 돌린 뒷모습들이 차라리 나에겐 견딜 만해서 되도록 오래 여기 앉아 있고 싶은데 빛이라곤 들어와 갖힌 빛뿐 슬픔이라곤 이미 흘러나간 자국뿐 조용한 내 눈에는 찔린 자국뿐 피의 그림자뿐 흐르는 족족 재가 되는 검은 ―한강 【산책】 고요히 시를 다시 읽어보자. 이 어스름한 저녁을 열고 세상의 뒤편으로 들어가 보면 모든 것이 등을 돌리고 있다 고요히 등을 돌린 뒷모습들이 차라리 나에겐 견딜 만해서 되도록 오래 여기 앉아 있고 싶은데 이런 적이 있는가. 있다. 무수히 많다. 세상이 등을 돌리고 앉은 느낌. 불러도 불러도 그 어디에서도 대꾸 한 마디 없는. 구원은 어디에도 없는, 구원자도 없고, 구원의 .. 2020. 6.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