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잠#거기에는 오래된 성채가 하나 있다#1 [명시 산책] 프란시스 잠 <거기에는 오래된 성채가 하나 있다> 거기에는 오래된 성채가 하나 있다 거기에는 오래된 성채가 하나 있다, 내 마음처럼 슬프고 음산한. 빈 뜰에 비가 내릴 때, 성채에서는 고운 양귀비들이 굵은 빗줄기에 날개를 접고, 굵은 빗줄기는 그 이파리를 하나씩 벗겨내 부패시킨다. 옛날엔 철책 문도 열려 있었겠고, 집 안에서는 허리 굽은 노인들이 형형색색의 사계절이 넘나드는 초록 장식들로 짜인 병풍 곁에서 몸을 덥히고 있었겠지. 도시로부터 마차 타고 달려온 페르시발 사람들과 드몽빌 사람들의 도착 소식이 알려지면, 고풍스런 객실엔 때도 아니게 기쁨이 넘쳐흘러 노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기에 무척 바빴다. 그러면 아이들은 숨바꼭질하러, 혹은 달걀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고 그러다가도 방마다 걸려 있는 흰 눈을 한 커다란 초상화나 벽난로의 야릇한 조개 장식을 보려.. 2020. 8.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