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홀#구덩이#구멍#사랑#죄와 벌#죽음#결혼#불륜#1 편혜영 장편소설 <홀> 편혜영 장편소설 ◆ 홀이란 구멍을 뜻한다. 골프를 즐기는 분들은 홀에 대한 느낌이 특별할지도 모른다. 홀은 작은 구멍에서부터 싱크홀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구덩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생겨나는 구멍을 말한다. 요즘처럼 장마가 심한 경우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연을 당하면 마음에 구멍이 난 것 같다고 말한다. 마음이 텅 비어 버린 느낌을 그렇게 말한다. 지나가다 어느 곳에 구멍이 뚫려 있고 “들여다보지 마시오” 라고 쓰여 있으면 정말이지 구멍 안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없다(별 것 없다). 도넛을 다 먹으면 무엇이 남을까?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도넛을 다 먹고 나면 구멍이 남는다. 도넛은 도넛과 구멍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새 옷을.. 2023. 7.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