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아름답다#시1 [명시 산책] 진은영 <아름답다> 아름답다 오늘 네가 아름답다면 죽은 여자 자라나는 머리카락 속에서 반짝이는 핀과 같고 눈먼 사람의 눈빛을 잡아끄는 그림 같고 앵두향기에 취해 안개 속을 떠들며 지나가는 모슬린 잠옷의 아이들 같고 우기의 사바나에 사는 소금기린 긴 목의 짠맛 같고 조금씩 녹아들며 붉은 천 넓게 적시다가 말라붙은 하얀 알갱이로 아가미의 모래 위에 뿌려진다 오늘 네가 아름답다면 매립지를 떠도는 녹색 안개 그 위로 솟아나는 해초냄새의 텅 빈 굴뚝같이 ―진은영 【산책】 사람들은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낄까?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어떤 것을, 어떨 때, 어느 곳에서 사람들마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이 다르고 아름다움의 대상도 다를 것이다. 사랑을 아름답다고 할 때 그것은 매우 추상적인 동시에 지독하게 구체적.. 2023. 9.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