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미#내가 없는 거울#거울#거울 이데아#실제#실재#유령#1 [명시 산책] 조용미 <내가 없는 거울> 내가 없는 거울 자다 깨어 거울 앞 지나다 얼핏 보니 내가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잠깐 잘못 본 건가 다시 거울 앞으로 가기가 겁이 난다 거울 속의 나는 통증을 알지 못하여 이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있다가 잠시 방심하고 내가 자고 있는 사이 자리를 비운 것이다 멀쩡한 몸을 감당하지 못하는 따분함도 그 아무 일 없음의 열락도 차마 모르는, 몸의 비루함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순정한 내가 저기 있다 여태 그가 보여주는 것만 보았다 누군가 아마도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며 살고 있을 진지함을 가장한 저 세계는 지금 이 순간의 나와 가장 먼 거리에 있다 일어나 거울을 들여다보아야겠다 나와 마주치기 꺼려하는 차갑고 말이 없고 고독하고 복잡한 내가 저곳에 있다 몸을 씻고 나면 늘 마주 보게 되는 그 시간만은 정확하게.. 2021. 4.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