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솔아#벤치#괴괴한날씨와 착한 사람들#1 [명시 산책] 임솔아 <벤치> 벤치 이 벤치에서 두 사람과 헤어졌다. 다른 시간에 다른 사람이 여기에 앉아 나를 기다렸다. 이 벤치를 지날 때마다 둘 중 한 사람이 여기에 앉아 있다. 오늘은 햇빛이 한 사람의 정수리를 통과하고 있다. 그에게는 그늘도 없다. 오늘은 빗방울이 한 사람의 무릎을 통과하고 있다. 그래 우리 그만하자. 사람을 통과한 비를 나는 만질 수 있다. 오늘은 여기 없는 다른 한 사람이 손끝에 있다. 한 나뭇잎은 허옇게 마른 그대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다른 한 나뭇잎은 허옇게 마른 그대로 멀리 사라져버린다. 죽은 채로 떨어져 내린 나뭇잎을 일일이 셀 수는 없다. 한 사람에 대해서는 매일 덧칠을 하고 한 사람에 대해서는 매일 사라짐을 경험한다. 그래 우리 그만하자는 말 좀 그만하자. 우리는 앉을 곳을 빼.. 2022. 4.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