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아무것도 아닌 편지#편지는 반드시 목적지에 도착한다#수신인#감옥#응답#요청#1 [명시 산책] 이병률 <아무것도 아닌 편지> 아무것도 아닌 편지 어느 먼 지방 우체국 사서함번호가 적인 편지가 배달되었네 면회를 와달라는 어느 감옥에서 보낸 편지 봉투엔 받는 이의 이름만 다를 뿐 버젓이 내 집주소가 적혀 있었네 오래 책상 위에 올려둔 알지 못하는 이의 편지 화분이 편지봉투 위로 마른 꽃잎들을 한 움큼 쏟아놓은 어느 날 새 봉투에 또박또박 그의 주소를 적고 편지를 밀어 넣고 풀칠을 하였네 이 편지를 되받는 이는 누구인가 사랑이 참 많은 사람이어서 들판이나 강가에서도 물살처럼 또 어느 먼 곳에서도 터벅터벅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일런가 며칠 뒤 편지는 나에게로 되돌아왔네 그가 출감한 것으로 치자며 마음에서 꺼낸 못으로 집 한 채라도 지어 올리기를 바라자며 내 감옥의 자물쇠들을 흔들어보네 과도한 세상이 다시 그를 결박하지 않기를 그가 더.. 2021. 5.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