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사랑#가지지 않은 것#1 [명시 산책] 이병률 <사랑> 사랑 나는 가진 것보다 가지지 않은 것을 버립니다 나는 몸에 붙어 살찐 것보다 살찔 것들을 씻씁니다 나는 걸레로 닦은 것보다 걸레에 묻어날 먼지들에 관련되어 있습니다 귀로 소리를 소화시키기보다는 들리지 않는 소리를 유인합니다 붙들리는 것을 금하였으므로 길 건너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내가 사랑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나는 몇 평입니까 물었습니다 나는 얼마입니까 물었습니다 이제 나는 가까이 있습니까 ―이병률 【산책】 사랑은 내게 없는 것을 주는 것이다, 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혹은 사랑은 그대 속에 없는 것을 구하는 것이다, 라고 라캉이 말했던가. 지젝이 그걸 반복해서 말했던가. 아무튼 사랑은 ‘없는 것’과 연관이 있다. 내가 그대 속에 있다고 믿었던 것들, 사실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대가.. 2020. 7.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