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률#몇 번 째 봄#동백#벚나무#무릎#의자#오지 않는 사람#봄의 고요#1 [명시 산책] 이병률 <몇 번째 봄> 몇 번째 봄 나무 아래 칼을 묻어서 동백나무는 저리도 불꽃을 동강동강 쳐내는구나 거울 내내 눈을 삼켜서 벚나무는 저리도 종이눈을 뿌리는구나 봄에는 전기가 흘러서 고개만 들어도 화들화들 정신이 없구나 내 무릎 속에는 의자가 들어 있어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앉지를 않는구나 ―이병률 【산책】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아니고,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여러 해 봄, 누군가를 기다린다. 오지 않는 사람, 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람, 올 것 같지 않은 사람,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사람, 그래서 올 사람. 봄이 오듯 오는 사람. 오고 있다. 아직 오지 않았을 뿐. 그래서 무릎은 앉지 못하고 늘 서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앉아서 느긋하기 기다릴 수 없다. 언제 올까 노심초사 조바심을 내면서 왔다갔다 서성인다. 창밖을.. 2020. 7.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