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하#지하 이웃#1 이민하 <지하 이웃> 지하 이웃 천장엔 불빛이 눌어붙었고 바닥엔 발이 닿지 않았고 밖에는 비가 오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옆집 부부의 심야 격투도 없고 세상모르고 코를 고는 세탁기 소리도 없고 골목에는 개가 짖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혀가 찐득하게 아팠고 머리칼이 전깃줄처럼 늘어져 있었고 두 분은 뜨고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나는 산책을 나갔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누군가 나를 안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소리가 나지 않는 대화를 했고 어떤 사람들은 곁눈으로 흘깃, 나의 영정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발을 두고 나온 사람들이 날아서 집으로 갔다. 안아줄 사람이 오기 전에 날개를 버렸다. ―이민하 【산책】 영화 ‘기생충’의 지하방에는 고유의 냄새가 .. 2020. 6.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