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화#내 인생의 0.5#밤#터미널#버스#만두#목적지#뒤통수#어깨#속도#어둠#1 [명시 산책] 이근화 <내 인생의 0.5> 내 인생의 0.5 터미널 앞 만두집에서 만두를 한 판 먹었다 치자의 찝찔한 맛이 만두에 가닿았다 부추나 숙주 따위가 이 사이에 껴서 혀끝으로 이를 쓸어가며 먹었다 시곗바늘은 늘 애매하게 걸쳐 있다 그것은 정말 숫자를 가리킨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조금씩 빨리 오거나 늦게 온 사람들이 서로의 숨을 섞어가며 앉아서 눈동자를 굴린다 멈추지 않는 것은 버스 그리고 창밖의 심장 창문이 안으로는 나를 낳고 밖으로는 어둠을 낳는다 도시와 도시 간에 느슨하게 마음을 풀어놓고 환기구를 통해 들어오는 비현실적인 냄새를 맡는다 아이가 울지만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 차 안의 먼지가 실내 온도를 결정하듯이 졸음도 눈물도 구역질도 속도에 반응 밤벌레들을 팍팍 터뜨리며 서로의 어깨에 머리카락을 떨어뜨리며 우리는 같은 목적지에 가닿.. 2020. 8.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