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민#비밀#정원#죽음#뼈#피리#1 [명시 산책] 여성민 <비밀> 비밀 이 정원에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이미 모든 일이 일어난 것처럼 내 몸의 뼈가 피리였다는 것을 나에게만 말해요 이국적인 습관을 갖기 위해 밤에는 뜨거운 불을 삼키고 구멍마다 불이 들어오면 빛이 새어나오는 몸을 이끌어 밤의 정원으로 갑니다 정원은 기이한 소리로 가득해지고 세상에 없는 슬픈 소리를 냈다는 중국 피리에 대해 생각하죠 숲에 혼자 서 있죠 내가 알지 못하는 얼굴의 윤곽들이 떠올라요 얼굴은 모두 축축해요 흐르지 않고 코발트로 있어요 내 발은 허파보다 부드러워요 피리의 구멍처럼 코발트 얼굴은 늘어나고 아름답고 따듯한 코발트를 하나씩 밟아 나는 정원을 가로지릅니다 누군가의 얼굴에 푹푹 빠졌던 발에는 향기가 남아요 달콤한 코발트 코발트에 발이 물들며 모르는 죽음에게 가요 정원에선 아무런 일도.. 2023. 7.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