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운#풍등#시간#새#도서관#미래#하루#인간#1 [명시 산책] 안태운 <풍등> 풍등 안쓰럽다고 생각했어요. 도서관 안으로 새가 들어와 있다면. 들어와 나갈 곳을 찾지 못한 채 퍼덕거린다면. 시간이 흘러 바닥에서 죽은 듯 있다면. 나는 안쓰러워요. 하지만 안쓰러워하는 것과 인간화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간이 아닌 걸 인간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다만 안쓰러워하며 행동할 수는 있다고. 어느 날 나는 새를 통역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뻔하다가 흠칫 놀라서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두 발로 일어나 나는 다만 하나의 인간이니 교정을 배회하며 미래를 계획했죠. 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하군요. 미래는 절망적이군요. 이제 미래를 생각하는 건 터무니 없이 지겨워. 나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안쓰러워하던 감정은 멀리 날아가버렸고 나는 하릴없이 불투명한 미래만 바라보는 인간이 되어.. 2022. 6.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