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달루시아의 개#1 [명시 산책] 이병률 <내가 본 것> 내가 본 것 눈에 뭔가 들어가 있다. 괜히 필요하지도 않은 눈물을 흘렸고 그것도 모자라 인공 눈물까지 샀다. 병원은 커다란 안경을 통해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유리 조각이 박혀 있다고 했다. 기다란 바늘이 눈으로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두려움을 움켜쥐는 사이, 눈은 수면처럼 출렁한다. 빛난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유리 조각이 바늘 끝에 끌려나오고 있었다. 눈 내리는 하얀 밤을 잊을 뻔하였고 그 거리의 무성한 힘들의 기억을 잃을 뻔하여서 나는 말했다. 그 유리 조각을 저에게 주세요. 병원은 작은 병 속에 유리 조각을 담아주었다. 조각은 날카롭기보다 푸르렀다. 박히기는 좋으나 찌르기엔 부족한 조각은 턱으로 밝기를 받치고 있었다. 여태까지 본 모든 것을 기억하겠다는 것은 살아온 것보다 본 것이 더 단단하리란.. 2020. 7.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