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선#형#시#슬픔#둘째#신부님#신율성#시율성#1 [명시 산책] 심보선 <형> 형 형은 어쩌면 신부님이 됐을 거야. 오늘 어느 신부님을 만났는데 형 생각이 났어. 나이가 나보다 두 살 많았는데 나한테 자율성이랑 타율성 외에도 신율성이라는 게 있다고 가르쳐줬어. 신의 계율에 따라 사는 거래. 나는 시율성이라는 것도 있다고 말해줬어. 시의 운율에 따라 사는 거라고. 신부님이 내 말에 웃었어. 웃는 모습이 꼭 형 같았어. 형은 분명 선량한 사람이 됐을 거야. 나만큼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을 테고 나보다 어머니를 잘 위로해줬을 거야. 당연히 식구들 중에 맨 마지막으로 잠들었겠지. 문들을 다 닫고. 불들을 다 끄고. 형한테는 뭐든 다 고백했을 거야.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사는 게 너무나 무섭다고. 죽고 싶다고. 사실 형이 우리 중에 제일 슬펐을 텐데. 그래도 형은 시인은 안 됐을 거야. .. 2020. 7.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