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욱#클론#기계#복제인간#1 [명시 산책] 신해욱 <클론> 클론 철컥. 철컥. 예수의 쌍둥이 동무를 찍어내는 기계가 부지런히 철컥. 철컥. 속에 들어 있는 것은 팥일까요. 크림일까요. 성령일까요. 아니면 생명이라는 고름일까요. 생명. 생명이라니. 철컥. 그렇게 고귀한 것이라니. 철컥. 박자에 맞춰 그저 춤을 추면 좋을 텐데요. 용가리와 함께 트위스트를. 장국영과 함께 맘보를. 나는 앞이 깜깜합니다. 철컥. 철컥. 영능력이 형편없습니다. 철컥. 철컥. 십자 대신 엑스자로 성호를 긋고, 긋고. 부르르르 거듭 그으며 명목의 질료들을 있는 그대로 구원하는 일에는 어떻게 일조해야 합니까. 한 마리, 두 마리, 다섯 마리, 열세 마리, 부활한 쌍둥이 동무들은 길흉을 초월하고 동무애로 하나가 되어 생명을 넘고 넘어 미래의 시체를 넘고 또 넘어 철컥. 철컥. 이만큼 가까워집니.. 2021. 6.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