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욱#실비아#1 [명시 산책] 신해욱 <실비아> 실비아 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던 것입니다 두 개의 막대기로 재어본 주님의 길이는 너무도 초라한 것이어서 손님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꿇은 무릎을 한 번 더 꿇고 키를 맞추어야 했습니다 발소리가 다가왔습니다 물이 돌을 다루듯 할머니가 손님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뜨겁게 타버린 은혜 차갑게 결여된 의미 언제나 임박해 있는 시간 눈꺼풀이 떨렸습니다 ―신해욱 【산책】 문은 열려 있습니다. 예수에 의한 구원은 언제나 문이 열려 있어 아주 쉬운 길이라고, 값없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합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열려진 문으로 들어갑니다. 막다른 곳에서는 유일한 출구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리로 달려가고 맙.. 2020. 12.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