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피#김경주#입김#무대#사이렌#문장#시#1 김경주 <시인의 피> 시인의 피 무대 위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입김이다 그는 모든 산소에 흘러 다닌다 그는 어떤 배역 속에서건 자주 사라진다 일찍이 그것을 예감했지만 한 발이 없는 고양이의 비밀처럼 그는 어디로 나와 어디로 사라지는지 관객에게 보이지 않는다 입김은 수없이 태어나지만 무대에 한 번도 나타나서는 안 된다 매일 그는 자신이 지은 입김 속에서 증발한다 종일 그는 자신의 입김을 가지고 놀이터를 짓는 사람이다 입김만으로 행렬을 만들고자 그는 일생을 다 낭비한다 한 발을 숨기고 웃는 고양이처럼 남몰래 출생해버릴래 입김을 찾기 위해 가끔 사이렌이 곳곳에 울린다 입김은 자신이 그리 오래 살지는 않을 것이라며 무리 속에서 헤매다가 아무도 모르게 실종되곤 했다 사람들은 생몰을 지우면 쉽게 평등해진다고 믿는다 입김은 문장을 짓고 .. 2020. 7. 2. 이전 1 다음